딸들에게
[스크랩] “자사고 100개 생겨도 서열화 될 것…李정부 공급논리가 사교육 시장만 키
불수공예
2008. 10. 16. 21:53
출처 : 국제일반
글쓴이 : 경향신문 원글보기
메모 : 자사고 100개 생겨도 서열화 될 것…李정부 공급논리가 사교육 시장만 키웠다”
ㆍ연봉 18억 스타강사 포기 교육평론가 변신 이 범
지난 13일 서울 방배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범 곰TV 강사(39)는 자신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이었다. 1995년 분당에서 단과 과학탐구 강의를 시작한 뒤 6개월 만에 학생수 최다 기록, 97년에 교육 특구인 대치동 진입, 또다시 1년 만에 학생수 최다 기록, 강남 유일의 300석 강의실 마감 등 스타 강사였다는 과거. 그렇게 사교육 시장의 '핵심 중의 핵심'에 있었지만 2003년 학원가를 떠나 현재는 누구보다 사교육의 병폐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면 모순 아닌가. 그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자신이 사교육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을 시작한 시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사교육에 몸담을 때까지는 '내가 과연 1년에 십 몇 억원씩 벌 위인인가' '너무 많이 버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 정도였지만 그만두고 나서 보니까 문제가 심각하더라"는 설명이었다. 특이한 이력 때문에 '적'도 많았을 법도 한데 그는 "웬만한 스타 강사들 중에 악플 안 받아 본 사람이 있겠느냐"고만 했다.
그가 말하는 사교육의 문제는 크게 2가지. 서열화된 대학의 선발경쟁과 무책임한 학교 교육이 그것이다. 특히 그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 "중·고등학교 입시까지 사교육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좋은 학교를 많이 지어 학생을 많이 선발하자는 취지로 자율형 사립고를 늘리겠다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공급론자의 주장으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라며 "이미 대학 정원이 학생 정원을 넘어서는데도 대입 사교육이 줄지 않는 것을 보면 고등학교의 입시 경쟁도 심해질 것은 뻔하다"고 지적했다.
학원가를 떠난 스타 강사
-잘나가는 스타 강사였는데 왜 학원가를 떠났나요.
"2002년 창립했던 메가스터디(대치동 스타강사들을 중심으로 창립된 인터넷 강의 사이트) 내부에서 게시판 알바 활동으로 분란이 일어난 적이 있어요. 아마 게시판 알바가 제일 먼저 활동한 것이 영화계와 학원계가 아닐까 싶어요. '어떤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더라'라는 식의 홍보용 글을 게시판에 올리는 일을 말하죠. 계기는 그 사건이었고 학원계의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했고 너무 괴로웠어요. '이런 데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번개 맞은 것처럼 들었어요. 그래서 2003년 그만둔 것이지요." (그가 학원가를 떠날 당시 그의 연봉은 랭킹 2위. 그는 연봉 18억원으로 학원가 생활을 마감했다. 그 소득은 오프라인 학원 강의료, 온라인 인터넷 강의료, 교재판매 소득 등을 합한 것으로 타워팰리스 한 채 값이었다.)
-강사들 사이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한가요?
"단과 강사 경쟁은 엄청난 것이에요. 오프라인 기준으로 하면 특히 그렇습니다. 어떤 한 지역의 고3 학생수는 제한되어 있는 거잖아요. 수요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는 경쟁이거든요. 일반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에요. 일단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면 그런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에요." ('이범, 공부에 反하다'라는 책에 그는 "학원가에서 단과 강사들의 세계는 황량하기 그지없다. 단과 강사들 사이에서 얼마나 치열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저히 짐작도 못할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언제 사교육 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나요.
"95년 박사과정에 있을 때였어요. 아는 분이 분당에서 학원 강의를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일주일에 이틀 나가서 아르바이트 강의를 했죠. 어차피 과외를 해도 이틀 정도는 내야 하는 것이니까 그런 셈치고 했죠. 그런데 반응이 괜찮았다고 생각했는지 단과 강의를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단과 강의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돈이 필요했어요. 워낙 돈이 안 되는 전공을 하다보니까 돈을 벌어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겸사겸사 시작했는데 너무 돈이 많이 벌려서 박사학위 논문도 못 끝내고 수료에 그쳤죠."
-일부에서는 학원가에서 고액 연봉을 받다 이제 와서 사교육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것이 모순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메가스터디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곰TV로 가져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고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 시점이 전혀 다릅니다. 2003년까지는 사교육에 대해서 비판의 날이 날카롭지 않았어요. 다만 '내가 과연 1년에 십 몇 억원씩 벌 위인인가' 이런 고민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효리씨나 이승엽 선수도 그만큼 벌 겁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은 한국 경제의 검은 구멍, 블랙홀이라고 안 하잖아요? '이효리씨나 이승엽 선수가 돈을 벌수록 학부모들의 등골이 휜다' 이런 건 아니잖아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한국사회의 모순에 편승해서 초과 이윤을 얻은 사람들은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사교육 시장은 달라요. 한국사회 모순에 편승해서 원래 1억5000만원 벌 사람이 15억원을 버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많이 버는 것은 문제가 있다' '너무 많은 돈이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든다'는 생각은 있었죠. 그래도 이것은 비판이 정교화되기 전이에요. 그런데 2004년 그만두고 나서 보니까 문제가 심각하더라는 거죠. 게다가 지금은 내년에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학부모가 되는 시점이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교육에 대해서 워낙 잘 알고 있으니까 남들과 다른 방식의 발언을 하게 된 것이죠. 학원가로 컴백이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모순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학원계 사람들로부터도 그렇고 여러 사람들로부터 비판이 많아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스타 강사라는 사람들치고 악플 안 받는 사람들 없어요. 웬만한 연예인만큼 받아요. 가끔 열받을 때는 있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쓰면 힘들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사교육 시장의 파이만 늘리는 꼴
-사교육 시장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상당히 기형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돈이 너무 많이 들죠. 연간 입시사교육 규모를 20조원 정도로 추정하는데 그 정도 규모가 비효율적인 곳에 소모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죠. 사교육비 비중을 GDP 대비, 가계 지출 대비로 했을 때도 1위이고요. 세계 각국 학생 공부시간 비교를 봐도 우리 학생들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본의 거의 4배쯤 됩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기회의 평등이라는 최소한의 평등 원칙에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기회 평등은 자유주의자들도 인정하는 평등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교육 혜택을 충분히 누리는 사람만이 좋은 학교에 갈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유주의자들도 인정하는 최소한의 평등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되는 것이죠."
-최근 몇 년간의 사교육 시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요.
"일단 김대중 정부 말기에 자립형 사립고가 설립되고, 노무현 정부 들어서면서 신설되는 외국어고등학교의 수가 증가합니다. 서울 지역의 외고 수는 변하지 않았지만 전국의 외고 수가 증가하는데 주로 참여정부 때에 이뤄졌죠. 2004년에는 대입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2008년 대입제도 개선안이 발표됩니다. 내용의 핵심은 내신으로 대학을 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능 시험은 등급화해 자격화로 바꾸고요. 저는 그 안이 중요한 실책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첫째 내신이라는 것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체감 경쟁지수가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내신은 석차 이런 것도 다 표기되니까요. 둘째는 학원의 족집게식 시험 대비가 수능보다 더 잘 먹힌다는 것이죠. 보통 내신문제가 수능보다 단순한 경우가 많고 또 학원이 족보를 가진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셋째 그렇다고 수능을 등급화시켜놓은 것이 서열화가 안 되느냐? 그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영역에 탐구영역까지 최고 7개 과목의 시험을 치르는데 국·영·수 모두 1등급인 학생은 1%, 탐구영역까지 1등급인 경우는 0.1%정도예요. 그러니까 결국 수능도 다시 점수화시키고 등급화가 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넷째 이 개선안에는 논술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허술한 안이었고 굉장히 바보 같은 것이었죠. 이 개선안은 2005년 고1 학생들에게 적용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바로 그 해에 중간고사를 보고 자살하는 학생이 나왔습니다. 1학년 1학기 시험을 망친 학생들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봐서 내신 없이 대학에 가겠다고 하기도 했고요. 내신이 변별력이 없다고 해서 서울대 같은 곳에선 논술을 강화하고 또 수능으로만 우선 선발하겠다는 대학도 나옵니다. 결국 개선안 시행 첫 해인 2005년에는 내신 사교육 시장이 확 커지고, 2006년에 논술 시장이 확 커지고, 또 2007년에 수능 시장도 커집니다. 내신, 논술, 수능 사교육 시장을 골고루 키워 줬죠. 참여정부 때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교육 전문가 말 듣지 마라, 사범대 교수가 현장 알겠나"
- 결국 대학 서열화와 과도한 경쟁을 문제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 밖의 또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서열화된 대학과 선발경쟁이 사교육 문제의 한 축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무책임한 학교 교육이라고 하겠습니다. 인성적으로나 학업적으로 모두 그렇습니다. 그런데 학교 자체의 문제는 별로 제기가 안 되고 있어요. 학교 리모델링을 빨리 해야 하고 그 핵심은 교장임용제를 고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교원단체가 반대하겠지만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원평가제의 경우도 저는 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사실 교사에 대한 평가에 앞서서 혹은 적어도 동시에 교장임용제는 개선돼야 합니다. 교사 승진 등에 교장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는데 우리나라 교장들은 관료에게 잘 보여야 하고 아래쪽을 볼 필요가 없어요. 학교개혁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교장임용제예요. 예를 들어 봅시다. 왕따 문제가 제기된 지가 1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영어교육을 강화한다고 하고 선생님의 수를 늘린다고 하는데도 왜 영어학원에 갑니까? 학원으로 자꾸 몰리는 것은 학교 교육 자체에 대한 불만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 이명박 정부가 연이어 교육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영어 몰입교육, 0교시 학습 및 우열반 편성을 교육감 결정에 따르도록 하는 학교 자율화 조치, 국제중·자율형사립고 증가, 교원평가제 등이 그것입니다. 그 핵심은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것인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것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을 공급론자라고 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영어 선생님의 수를 늘린다, 학생들이 가고자 하는 좋은 학교를 늘린다는 것인데요. 교육에서는 공급 논리가 위험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죠. 서열화 논리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는 거예요. 자사고 100개가 생겨도 아마 똑같이 서열화될 겁니다. 다만 예전에 중학교에서 반에서 5등까지만 자사고를 준비했다면 이제 15등까지 입시준비를 하겠죠. 한 칸이라도 위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 무한경쟁할 것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의 대학입시 경쟁하고 똑같습니다. 현재 전체 대학 정원이 우리나라 입시생 수보다 많아요. 그래도 대입 선발 경쟁은 아직도 엄청난 수준으로 벌어지잖아요. 그것은 제도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도 학교들을 점수로 서열화해서 선발한다면 입시경쟁이 심해질 것은 뻔하다는 거죠. 이것은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고 입시 전문가라면 더더욱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열화 강화는 참여정부도 마찬가지였어요. 다만 이명박 정부가 더 황당한 정책을 쓰는 것이죠. '참여정부 황당함의 두 배' 수준이라고 할까요? 그나마 참여정부는 주로 대입에만 그런 정책을 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자율형사립고를 늘리고 국제중도 만들면서 초등학생, 중학생 등 어린 학생까지 고생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죠. 고입 사교육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셈이죠."
경쟁보다 협동을 강조하는 핀란드형 교육, 우리나라에선 안 될까
- 교육감 직선제를 치렀습니다. 소회가 어떻습니까.
"흔히 교육대통령을 뽑는 선거라고 하는데 반쪽짜리 교육대통령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교육대통령으로서 권한이 막강한 것은 맞지만 왜 반쪽짜리냐 하면 대학을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어차피 교육감은 대입제도를 바꿀 권한은 없거든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교육제도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직선제가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2010년에 전국 동시로 치러지는데 그때가 되면 굉장히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 교육감 선거 당시 '反이명박, 反전교조'를 들고 나온 이인규 후보의 정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중간에 그만두긴 했지만요.
"그때엔 반이명박 후보가 이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교조가 후보를 못낼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4월 초에 합류해서 한 달여 동안은 신나게 했죠. 그런데 주경복 후보가 등장했어요. 이인규 후보가 공정택-주경복 후보 사이에 샌드위치가 돼버리니까 '반이명박 반전교조'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것은 본인이 주장한 것이에요. 내부에서도 반이명박은 맞지만 반전교조까지는 아니지 않으냐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촛불 정국이었는데 그런 민심에 호소하지 않고 박사모 등에 지지호소하는 등 제가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7월에 사임을 했습니다."
- 앞서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 지지연설을 하지 않았나요?
"그것은 조금 경우가 다른데요. 제가 동의하는 대선 후보의 교육 정책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대통합 민주신당에서 요청하기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얘기해도 되니까 지지연설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연설을 보면 저와 생각이 다르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워낙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 자체가 황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비판하기 위해 했던 것이에요."
- 그렇다면 총선에서 지지했던 심상정 후보의 경우엔 정책적으로 잘 맞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진보신당 당원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분이 낸 공약이 지역을 공교육특구로 지정해서 핀란드형 자율학교 모델로 운영하겠다는 것입니다. 전국에 자율학교나 대안학교가 있긴 합니다만 점처럼 찍혀 존재하는 거예요. 그런데 한 지역 학교 전체를 리모델링하겠다는 것은 참 엄청나게 중요한 실험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지역에서 성공하면 확장될 확률이 크거든요. 왜냐하면 그 지역 학생들이 대부분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하기 때문에 다 연결돼 있어서 지역 전체의 학교 리모델링이 성공하면 전국으로 확대되기 쉬워지죠. 그래서 그 공약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일면식도 없었던 분이었는데 바로 연락해서 찾아간 거예요. 핀란드가 교육선진국이 된 데에는 뒤처진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핵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수업은 4~5명이 한 팀을 이뤄 팀별로 이뤄지고 거기서 뒤처지는 아이들을 선생님이 방과후에 개별적으로 보충학습을 해줘요. 우리는 그게 잘 안 되죠. '애들이 알아서 따라오겠지'하는 식이거든요. 어려움을 겪거나 뒤처지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책이 적지요."
- 대선, 총선, 교육감 선거에까지 얼굴이 알려지면서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많습니다. 생각이 있나요.
"그렇게 보면 정치를 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기도 하지만 정치에 재능이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조직에 재능이 없지요. 선거에 나간다면 사람들을 모아 조직을 꾸려야 하는데 그런 재능이 없습니다. 대학 때부터 느꼈던 문제라서요. 그냥 천성이려니 살아야지, 천성을 바꾸겠다고 하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기회가 되면 그때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 그런 생각이 있는 게 전혀 아니에요. 제가 비운동권 좌파에 가까워서 설 자리가 별로 없어요. 개인 역량으로 뭔가 할 수 있겠지만 본색을 숨기고 뭔가를 하는 것은 그러고 싶지도 않은 것이고요."
요즘 이씨는 인터넷 강의를 잠시 쉬고 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강연을 많이 다닌다고 한다. '사교육 쓰나미 시대의 자녀교육법'이 주요 주제이고 독서교육에 대한 얘기도 곁들인다. 학교 강의의 경우엔 강의료도 무료라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덧붙이라고 했더니 "교육 관료에게 할 말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교육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의 말씀을 듣지 마세요. 우리나라 교육전문가들은 교총이라는 교원단체와 사범대 교수 등으로 형성된 카르텔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이 분들이 일반 학교의 상황에 대해서 얼마나 알겠습니까. 사범대의 필요성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대부분 전문직이라는 이유를 듭니다. 같은 전문직인 의사의 예를 들어 보면요, 얼마나 실험·실습을 많이 합니까. 의대 교수들은 병원에서 항상 환자들을 만납니다. 사범대 교수들도 현장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교육현장에 나가 있도록 하는 등 사범대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범은 누구인가
메가스터디 창립멤버 '학원가의 서태지'… 교육평론가 변신
'학원가의 서태지.' 연봉 최고 랭킹에 있을 때 학원가를 떠나며 이범 곰TV 강사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경기과학고, 서울대 자연대 분자생물학과 졸업후 대학원 석사를 거쳐 과학사·과학철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분당, 강남 학원가에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최고 인터넷 강의사이트인 메가스터디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그러나 10억원대가 넘는 연봉을 벌어들이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경쟁 속에서 생겨난 '마음의 병'은 돈으로도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2003년 결국 학원가를 떠난 그는 학원 강의와 유료 인터넷 강의를 중단하고 2004년 무료 강의를 시작한다. EBS와 강남구청 강사로 활동했다. 그리고 '교육평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우리나라 사교육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가한다.
현재 평화나눔 아카데미, 등대지기 학교 등 각종 단체와 학교 교육 현장에서 사교육의 문제를 짚어보는 내용과 함께 자녀 교육법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으며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이범, 공부에 反하다' '포스트모던 과학논쟁' 등이 있다.
< 이지선기자 jsl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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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방배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범 곰TV 강사(39)는 자신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이었다. 1995년 분당에서 단과 과학탐구 강의를 시작한 뒤 6개월 만에 학생수 최다 기록, 97년에 교육 특구인 대치동 진입, 또다시 1년 만에 학생수 최다 기록, 강남 유일의 300석 강의실 마감 등 스타 강사였다는 과거. 그렇게 사교육 시장의 '핵심 중의 핵심'에 있었지만 2003년 학원가를 떠나 현재는 누구보다 사교육의 병폐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것도.
↑ 이범씨는 “자사고에 국제중까지 만들면서 초등학생과 중학생까지 중입·고입의 사교육 현장에서 고생시키고 있다”며 “핀란드와 같이 협동교육을 하고 뒤처진 아이들을 배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남호진기자
그가 말하는 사교육의 문제는 크게 2가지. 서열화된 대학의 선발경쟁과 무책임한 학교 교육이 그것이다. 특히 그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해 "중·고등학교 입시까지 사교육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좋은 학교를 많이 지어 학생을 많이 선발하자는 취지로 자율형 사립고를 늘리겠다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공급론자의 주장으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라며 "이미 대학 정원이 학생 정원을 넘어서는데도 대입 사교육이 줄지 않는 것을 보면 고등학교의 입시 경쟁도 심해질 것은 뻔하다"고 지적했다.
학원가를 떠난 스타 강사
-잘나가는 스타 강사였는데 왜 학원가를 떠났나요.
"2002년 창립했던 메가스터디(대치동 스타강사들을 중심으로 창립된 인터넷 강의 사이트) 내부에서 게시판 알바 활동으로 분란이 일어난 적이 있어요. 아마 게시판 알바가 제일 먼저 활동한 것이 영화계와 학원계가 아닐까 싶어요. '어떤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더라'라는 식의 홍보용 글을 게시판에 올리는 일을 말하죠. 계기는 그 사건이었고 학원계의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했고 너무 괴로웠어요. '이런 데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번개 맞은 것처럼 들었어요. 그래서 2003년 그만둔 것이지요." (그가 학원가를 떠날 당시 그의 연봉은 랭킹 2위. 그는 연봉 18억원으로 학원가 생활을 마감했다. 그 소득은 오프라인 학원 강의료, 온라인 인터넷 강의료, 교재판매 소득 등을 합한 것으로 타워팰리스 한 채 값이었다.)
-강사들 사이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한가요?
"단과 강사 경쟁은 엄청난 것이에요. 오프라인 기준으로 하면 특히 그렇습니다. 어떤 한 지역의 고3 학생수는 제한되어 있는 거잖아요. 수요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는 경쟁이거든요. 일반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에요. 일단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면 그런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에요." ('이범, 공부에 反하다'라는 책에 그는 "학원가에서 단과 강사들의 세계는 황량하기 그지없다. 단과 강사들 사이에서 얼마나 치열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저히 짐작도 못할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언제 사교육 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나요.
"95년 박사과정에 있을 때였어요. 아는 분이 분당에서 학원 강의를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일주일에 이틀 나가서 아르바이트 강의를 했죠. 어차피 과외를 해도 이틀 정도는 내야 하는 것이니까 그런 셈치고 했죠. 그런데 반응이 괜찮았다고 생각했는지 단과 강의를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단과 강의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돈이 필요했어요. 워낙 돈이 안 되는 전공을 하다보니까 돈을 벌어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겸사겸사 시작했는데 너무 돈이 많이 벌려서 박사학위 논문도 못 끝내고 수료에 그쳤죠."
-일부에서는 학원가에서 고액 연봉을 받다 이제 와서 사교육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것이 모순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메가스터디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곰TV로 가져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고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 시점이 전혀 다릅니다. 2003년까지는 사교육에 대해서 비판의 날이 날카롭지 않았어요. 다만 '내가 과연 1년에 십 몇 억원씩 벌 위인인가' 이런 고민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이효리씨나 이승엽 선수도 그만큼 벌 겁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은 한국 경제의 검은 구멍, 블랙홀이라고 안 하잖아요? '이효리씨나 이승엽 선수가 돈을 벌수록 학부모들의 등골이 휜다' 이런 건 아니잖아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한국사회의 모순에 편승해서 초과 이윤을 얻은 사람들은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사교육 시장은 달라요. 한국사회 모순에 편승해서 원래 1억5000만원 벌 사람이 15억원을 버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많이 버는 것은 문제가 있다' '너무 많은 돈이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든다'는 생각은 있었죠. 그래도 이것은 비판이 정교화되기 전이에요. 그런데 2004년 그만두고 나서 보니까 문제가 심각하더라는 거죠. 게다가 지금은 내년에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학부모가 되는 시점이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교육에 대해서 워낙 잘 알고 있으니까 남들과 다른 방식의 발언을 하게 된 것이죠. 학원가로 컴백이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모순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학원계 사람들로부터도 그렇고 여러 사람들로부터 비판이 많아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스타 강사라는 사람들치고 악플 안 받는 사람들 없어요. 웬만한 연예인만큼 받아요. 가끔 열받을 때는 있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쓰면 힘들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사교육 시장의 파이만 늘리는 꼴
-사교육 시장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상당히 기형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돈이 너무 많이 들죠. 연간 입시사교육 규모를 20조원 정도로 추정하는데 그 정도 규모가 비효율적인 곳에 소모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죠. 사교육비 비중을 GDP 대비, 가계 지출 대비로 했을 때도 1위이고요. 세계 각국 학생 공부시간 비교를 봐도 우리 학생들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본의 거의 4배쯤 됩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기회의 평등이라는 최소한의 평등 원칙에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기회 평등은 자유주의자들도 인정하는 평등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교육 혜택을 충분히 누리는 사람만이 좋은 학교에 갈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유주의자들도 인정하는 최소한의 평등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되는 것이죠."
-최근 몇 년간의 사교육 시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요.
"일단 김대중 정부 말기에 자립형 사립고가 설립되고, 노무현 정부 들어서면서 신설되는 외국어고등학교의 수가 증가합니다. 서울 지역의 외고 수는 변하지 않았지만 전국의 외고 수가 증가하는데 주로 참여정부 때에 이뤄졌죠. 2004년에는 대입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2008년 대입제도 개선안이 발표됩니다. 내용의 핵심은 내신으로 대학을 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능 시험은 등급화해 자격화로 바꾸고요. 저는 그 안이 중요한 실책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첫째 내신이라는 것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체감 경쟁지수가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내신은 석차 이런 것도 다 표기되니까요. 둘째는 학원의 족집게식 시험 대비가 수능보다 더 잘 먹힌다는 것이죠. 보통 내신문제가 수능보다 단순한 경우가 많고 또 학원이 족보를 가진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셋째 그렇다고 수능을 등급화시켜놓은 것이 서열화가 안 되느냐? 그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언어영역, 수리영역, 외국어영역에 탐구영역까지 최고 7개 과목의 시험을 치르는데 국·영·수 모두 1등급인 학생은 1%, 탐구영역까지 1등급인 경우는 0.1%정도예요. 그러니까 결국 수능도 다시 점수화시키고 등급화가 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넷째 이 개선안에는 논술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허술한 안이었고 굉장히 바보 같은 것이었죠. 이 개선안은 2005년 고1 학생들에게 적용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바로 그 해에 중간고사를 보고 자살하는 학생이 나왔습니다. 1학년 1학기 시험을 망친 학생들이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봐서 내신 없이 대학에 가겠다고 하기도 했고요. 내신이 변별력이 없다고 해서 서울대 같은 곳에선 논술을 강화하고 또 수능으로만 우선 선발하겠다는 대학도 나옵니다. 결국 개선안 시행 첫 해인 2005년에는 내신 사교육 시장이 확 커지고, 2006년에 논술 시장이 확 커지고, 또 2007년에 수능 시장도 커집니다. 내신, 논술, 수능 사교육 시장을 골고루 키워 줬죠. 참여정부 때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교육 전문가 말 듣지 마라, 사범대 교수가 현장 알겠나"
- 결국 대학 서열화와 과도한 경쟁을 문제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 밖의 또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서열화된 대학과 선발경쟁이 사교육 문제의 한 축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무책임한 학교 교육이라고 하겠습니다. 인성적으로나 학업적으로 모두 그렇습니다. 그런데 학교 자체의 문제는 별로 제기가 안 되고 있어요. 학교 리모델링을 빨리 해야 하고 그 핵심은 교장임용제를 고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교원단체가 반대하겠지만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원평가제의 경우도 저는 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사실 교사에 대한 평가에 앞서서 혹은 적어도 동시에 교장임용제는 개선돼야 합니다. 교사 승진 등에 교장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는데 우리나라 교장들은 관료에게 잘 보여야 하고 아래쪽을 볼 필요가 없어요. 학교개혁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교장임용제예요. 예를 들어 봅시다. 왕따 문제가 제기된 지가 1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영어교육을 강화한다고 하고 선생님의 수를 늘린다고 하는데도 왜 영어학원에 갑니까? 학원으로 자꾸 몰리는 것은 학교 교육 자체에 대한 불만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 이명박 정부가 연이어 교육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영어 몰입교육, 0교시 학습 및 우열반 편성을 교육감 결정에 따르도록 하는 학교 자율화 조치, 국제중·자율형사립고 증가, 교원평가제 등이 그것입니다. 그 핵심은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것인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것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을 공급론자라고 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영어 선생님의 수를 늘린다, 학생들이 가고자 하는 좋은 학교를 늘린다는 것인데요. 교육에서는 공급 논리가 위험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죠. 서열화 논리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는 거예요. 자사고 100개가 생겨도 아마 똑같이 서열화될 겁니다. 다만 예전에 중학교에서 반에서 5등까지만 자사고를 준비했다면 이제 15등까지 입시준비를 하겠죠. 한 칸이라도 위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 무한경쟁할 것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의 대학입시 경쟁하고 똑같습니다. 현재 전체 대학 정원이 우리나라 입시생 수보다 많아요. 그래도 대입 선발 경쟁은 아직도 엄청난 수준으로 벌어지잖아요. 그것은 제도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도 학교들을 점수로 서열화해서 선발한다면 입시경쟁이 심해질 것은 뻔하다는 거죠. 이것은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고 입시 전문가라면 더더욱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열화 강화는 참여정부도 마찬가지였어요. 다만 이명박 정부가 더 황당한 정책을 쓰는 것이죠. '참여정부 황당함의 두 배' 수준이라고 할까요? 그나마 참여정부는 주로 대입에만 그런 정책을 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자율형사립고를 늘리고 국제중도 만들면서 초등학생, 중학생 등 어린 학생까지 고생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죠. 고입 사교육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셈이죠."
경쟁보다 협동을 강조하는 핀란드형 교육, 우리나라에선 안 될까
- 교육감 직선제를 치렀습니다. 소회가 어떻습니까.
"흔히 교육대통령을 뽑는 선거라고 하는데 반쪽짜리 교육대통령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교육대통령으로서 권한이 막강한 것은 맞지만 왜 반쪽짜리냐 하면 대학을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어차피 교육감은 대입제도를 바꿀 권한은 없거든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교육제도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직선제가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2010년에 전국 동시로 치러지는데 그때가 되면 굉장히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 교육감 선거 당시 '反이명박, 反전교조'를 들고 나온 이인규 후보의 정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중간에 그만두긴 했지만요.
"그때엔 반이명박 후보가 이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교조가 후보를 못낼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4월 초에 합류해서 한 달여 동안은 신나게 했죠. 그런데 주경복 후보가 등장했어요. 이인규 후보가 공정택-주경복 후보 사이에 샌드위치가 돼버리니까 '반이명박 반전교조'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것은 본인이 주장한 것이에요. 내부에서도 반이명박은 맞지만 반전교조까지는 아니지 않으냐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촛불 정국이었는데 그런 민심에 호소하지 않고 박사모 등에 지지호소하는 등 제가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7월에 사임을 했습니다."
- 앞서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 지지연설을 하지 않았나요?
"그것은 조금 경우가 다른데요. 제가 동의하는 대선 후보의 교육 정책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대통합 민주신당에서 요청하기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얘기해도 되니까 지지연설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연설을 보면 저와 생각이 다르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워낙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 자체가 황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비판하기 위해 했던 것이에요."
- 그렇다면 총선에서 지지했던 심상정 후보의 경우엔 정책적으로 잘 맞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진보신당 당원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분이 낸 공약이 지역을 공교육특구로 지정해서 핀란드형 자율학교 모델로 운영하겠다는 것입니다. 전국에 자율학교나 대안학교가 있긴 합니다만 점처럼 찍혀 존재하는 거예요. 그런데 한 지역 학교 전체를 리모델링하겠다는 것은 참 엄청나게 중요한 실험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지역에서 성공하면 확장될 확률이 크거든요. 왜냐하면 그 지역 학생들이 대부분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하기 때문에 다 연결돼 있어서 지역 전체의 학교 리모델링이 성공하면 전국으로 확대되기 쉬워지죠. 그래서 그 공약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일면식도 없었던 분이었는데 바로 연락해서 찾아간 거예요. 핀란드가 교육선진국이 된 데에는 뒤처진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핵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수업은 4~5명이 한 팀을 이뤄 팀별로 이뤄지고 거기서 뒤처지는 아이들을 선생님이 방과후에 개별적으로 보충학습을 해줘요. 우리는 그게 잘 안 되죠. '애들이 알아서 따라오겠지'하는 식이거든요. 어려움을 겪거나 뒤처지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책이 적지요."
- 대선, 총선, 교육감 선거에까지 얼굴이 알려지면서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많습니다. 생각이 있나요.
"그렇게 보면 정치를 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기도 하지만 정치에 재능이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조직에 재능이 없지요. 선거에 나간다면 사람들을 모아 조직을 꾸려야 하는데 그런 재능이 없습니다. 대학 때부터 느꼈던 문제라서요. 그냥 천성이려니 살아야지, 천성을 바꾸겠다고 하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기회가 되면 그때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 그런 생각이 있는 게 전혀 아니에요. 제가 비운동권 좌파에 가까워서 설 자리가 별로 없어요. 개인 역량으로 뭔가 할 수 있겠지만 본색을 숨기고 뭔가를 하는 것은 그러고 싶지도 않은 것이고요."
요즘 이씨는 인터넷 강의를 잠시 쉬고 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강연을 많이 다닌다고 한다. '사교육 쓰나미 시대의 자녀교육법'이 주요 주제이고 독서교육에 대한 얘기도 곁들인다. 학교 강의의 경우엔 강의료도 무료라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덧붙이라고 했더니 "교육 관료에게 할 말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교육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의 말씀을 듣지 마세요. 우리나라 교육전문가들은 교총이라는 교원단체와 사범대 교수 등으로 형성된 카르텔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이 분들이 일반 학교의 상황에 대해서 얼마나 알겠습니까. 사범대의 필요성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대부분 전문직이라는 이유를 듭니다. 같은 전문직인 의사의 예를 들어 보면요, 얼마나 실험·실습을 많이 합니까. 의대 교수들은 병원에서 항상 환자들을 만납니다. 사범대 교수들도 현장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교육현장에 나가 있도록 하는 등 사범대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범은 누구인가
메가스터디 창립멤버 '학원가의 서태지'… 교육평론가 변신
'학원가의 서태지.' 연봉 최고 랭킹에 있을 때 학원가를 떠나며 이범 곰TV 강사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경기과학고, 서울대 자연대 분자생물학과 졸업후 대학원 석사를 거쳐 과학사·과학철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분당, 강남 학원가에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최고 인터넷 강의사이트인 메가스터디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그러나 10억원대가 넘는 연봉을 벌어들이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경쟁 속에서 생겨난 '마음의 병'은 돈으로도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2003년 결국 학원가를 떠난 그는 학원 강의와 유료 인터넷 강의를 중단하고 2004년 무료 강의를 시작한다. EBS와 강남구청 강사로 활동했다. 그리고 '교육평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우리나라 사교육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가한다.
현재 평화나눔 아카데미, 등대지기 학교 등 각종 단체와 학교 교육 현장에서 사교육의 문제를 짚어보는 내용과 함께 자녀 교육법에 대한 특강을 하고 있으며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는 '이범, 공부에 反하다' '포스트모던 과학논쟁' 등이 있다.
< 이지선기자 jsl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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